CAL50의 때늦은 낙서장

CAL50.egloos.com

포토로그



남벌, 고증 오류의 진짜 문제.

갑자기 남벌 이야기가 나오니 추억이 새록새록???? 하더군요. 20년이나 지난 옛날이야기입니다만.

1. 남벌은 정말 욕할 거리가 넘쳐나는 만화입니다만, 특히 군사적 고증의 오류는 어마어마합니다.
그걸 하나하나 찝어내면 오늘 밤 다 샐 판이니 그건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2. 그런데 남벌의 군사적 고증 오류가 가진 진짜 문제는 오류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런 오류가 나온 원인이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증 오류가 심각한건 결국 원작자가 그 분야에 자료수집도 공부도 안했다는겁니다.

3. 뭐 창작물의 작자가 고증 따지며 자료 모으고 공부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작자 야설록씨 본인이 연재 당시 '군사적 고증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일본까지 다녀왔다. 국내에는 관련자료가 너무 없어 고생했다'고 하며 고증을 강조한 만화가 저 모양이면...
더군다나 극일을 외치는 만화가 심지어 표지마저 일본 자료집 사진을 표절할 정도면 과연 그게 극일 내세울 상황일까요.

4. 특히 문제는 남벌 만화가 제작될 당시만 해도 그 '자료가 너무 없어 고생했다'는 국내에 실은 제법 자료가 있었다는겁니다.
그 때만 해도 밀리터리 잡지라는 것도 있었고, 인터넷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하이텔 군사동호회등 내공 제법 있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동호회들도 꽤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전문지나 동호회등에 도움만 요청할 생각을 했어도 남벌이 군사적 고증으로 지금만큼 욕을 먹지는 않았겠죠.
심지어 일본 자료서적같은 경우도 굳이 일본에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명동의 일본 서적 수입상들에 의외로 라인업이 충실했거든요.
아래의 제 남벌 관련 포스팅에 언급된 자료집, '언더그라운드 웨픈'만 해도 제가 명동에서 1993년에 구입했습니다.

5. 얼마나 당시 원작자와 만화가 모두가 이쪽에 무성의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만화 속에 AN-2가 나오죠. 그런데 그 모습은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설 속의 괴조를 상상속에서 재현'한 수준입니다.
엔진은 세개(!)로 보이지만 그마저 확실하지도 않고(!!!), 심지어 형태 자체도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 때 전쟁기념관에는 AN-2가 버젓이 전시되어 있었죠. 심지어 야외전시로 돈 내고 들어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단 하루, 문하생한테 지하철값 쥐어주고 다녀오라고 하면 될 수준의 노력조차 안했다는겁니다.

6.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증이 의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군사적 고증을 위해 일본까지 갖다왔다'는 만화가 그 정도로 엉망이어서는 안되죠.

P.S. 나중에 이 문제로 온라인상(뭐 그 때는 하이텔이나 천리안같은 통신 중심이었습니다만)에서 문제가 다소 불거지자 야설록씨가 내놓은 변명이 가관이죠.
"나는 M1쓰던 시절에 군복무한 사람이라 요즘 무기는 잘 모른다"
.....좀 심하게 궁색하지 않습니까?

핑백

덧글

  • 슈타인호프 2014/08/25 17:46 #

    하긴 그 시절에 이미 플래툰과 취미가가 나오고 있었고 월간 평화, 월간항공 등등 군사 다루는 잡지는 있었으니까요.
  • KittyHawk 2014/08/25 17:55 #

    그냥 그쪽 관련으로 종사하는 사람들한테 찾아가 멘토를 얻는 것도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도 안 그런 티가 나보이니 신기했습니다.
  • CAL50 2014/08/25 22:49 #

    슈타인호프 / 전문지까지 갈 것도 없이 하이텔 군사동에만 가도 얻을 정보가 한둘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KittyHawk / 그만큼 신경 안쓴거죠...
  • KittyHawk 2014/08/25 17:55 #

    야설록씨는 제가 기억하기론 손 댄 현대전 관련 만화들이 하나같이 그 모양 그 꼴이었던 걸로 압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로 넘어가면 오늘의 웹툰 작가들도 그닥 낳을 게 없어 보이는 게 더 많아 보이는지라 한 숨 입니다. 뭐 김진명씨 같은 사람들이 대중적 인기를 끄는 그닥 좋지 않은 상황도 벌어지는 게 이 나라인 마당에 뭘 더 버라는 건 사치죠. 대게 일본의 밀리터리류 만화가 군국적이네 어쩌네 하지만 적어도 그쪽은 나름 진지하게 이해를 한 다음 그림으로, 영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라도 있지만 한국쪽 만화가들은 그런 부분 관련으론 심한 구석들이 있더군요.(게다가 토에이의 퓨처워198X 같은 경우엔 1980년대에 나온 작품인데도 서구쪽 밀리터리 애호가 사이에서도 간간이 언급될 정도(유튜브에 올라오는 관련 클립에 달리는 댓글 중에 그걸 알아보는 이들도 있던 걸 보고 놀랐었지요.)로 완성도가 지금 보아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으니 한국과 일본 창작자들의 접근 자세의 차이 관련으로는 말 다했지요.)
  • CAL50 2014/08/25 22:47 #

    만화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창작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다수의 마인드 문제죠... (에휴)
  • 존다리안 2014/08/25 18:34 #

    고바야시 모토후미는 진짜 대단한 거였군요.

    진짜 제대로 된 일본작가들의 무서운 점을 들라면 디테일을 집착하다시피 파고드는 습관도 있다는 겁니다.
    밀덕계에는 고바야시 모토후미가 있다면 빅토리아 시대 덕후에는 모리 카오루, 중세 갑주와 무술에는
    미우라 켄타로가 있지요. 예전 한국 극화가들도 상당히 디테일을 파는 경향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요새 웹툰 시대에는 무언가 그런 맛이 약해진 것 같애요. 남벌마냥 성의없이 고증을 판 탓일까요?
  • 듀란달 2014/08/25 18:36 #

    이현세씨는 공포의 외인구단 그릴 때는 쓰레기통 위치 파악하려고 빈 야구장에 들어가서 스케치하고 나왔다고 하더니, 어째 남벌 때는 그렇게 안 했는지 의문이군요.
  • 聖冬者 2014/08/25 18:54 #

    전 남벌이 본격 밀리터리 전쟁영화라기 보다는 대본소 성인만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딱 한 번 가볍게 보고 시간 죽이기에 딱 맞는 그런 양산형 공장만화중 하나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고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자극적인 요소들(포르노부터 국뽕까지)을 넣을 필요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고증을 따지던 말던 그저 만화를 만드는데 주가 될 필요는 없었고, 설령 현지답사나 자료수집을 한다고 할 지라도 그걸 엄밀히 따질 이유는 없었습니다. 공 들여 만들어봤자 들어올 이득은 그게 그거인데다가 최악이라면 인건비 밖에 더 들게 없으며, 적당히 그려서 신문(당시 남벌은 일간스포츠 연재작이었습니다)에 마감을 지킬 정도면 되었으니까요. 이건 님도 아실 것이지만 남벌은 당시 90년대에 대본소 성인만화의 혁명적인 수작으로 받아들여졌지요. 지금 보면 이건 뭐 전개니 고증이니 그냥 엉망이라 덴마급 X노잼의 극치를 이루는 괴작 중에 괴작으로 받아들이지만 말입니다. 저야 대본소에서 이걸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놀랐습니다. '이게 성인만화계의 명작이였다는 거내?' 경악하고 1부만 보다 중도에 때려치웠습니다. 허허허허허 ㅠㅠㅠ

  • CAL50 2014/08/25 22:39 #

    문제는 대본소 성인만화 퀄리티를 가지고 '민족적 자존심' '철저한 고증을 거친 수작'등으로 언플을 걸었다는거죠. 특히 일본 방문해서 고증 운운은 원작자 야설록씨가 여러 인터뷰등에서 거듭 강조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대본소 성인만화를 그릴 의도였다고 해도 홍보를 무슨 톰클랜시급 테크노스릴러라도 되는 것처럼 포장했다면 당연히 그에 걸맞는 욕 먹을 각오도 해야죠;;;
  • 聖冬者 2014/08/25 23:07 #

    사실 근데 그게 꽤 먹혔죠.. 전 그게 일종의 네임밸류라고 봅니다. 이현세는 말할 것도 없고 야설록도 꽤 이름있는 작가였으니 그런 허세도 먹혔다고 봅니다. 게다가 대본소 성인만화라는게 저처럼 만화 잘 보고 애니 잘 보는 그런 사람을 타깃으로 한게 아니라 그냥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뭐 일반인들이 세세한거 하나하나 따지고 보진 않겠지 싶어 대충 그린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그 당시엔 국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삐뚤어진 애국심이 잘 팔렸던 시기이기도 했기에 국뽕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먹힌게 아닐까 싶습니다.
  • 聖冬者 2014/08/25 18:57 #

    참고로 대본소 성인만화는 전 현대물은 김성모, 무협물은 황성, 사마달, 야설록을 추천합니다. 김화백이야 말할 필요가 없고, 황성은 몇몇건 스토리 전개가 제정신이 아니지만 대부분은 볼만하고 작화가 셋 중에서 제일 괜찮은 편이고. 사마달은 무협물 주제에 현대어 남발이 심한 편인데 제법 괜찮은 퀄리티를 뽑는 작품이 많더라구요. 야설록은 황성과 사마달보다 먼치킨에 하렘요소가 너무 짙어서 눈살이 지푸러지는게 좀 많은데, 그래도 고전적인 요소가 꽤 강합니다.
  • 폴라리스 2014/08/26 00:42 #

    남벌......햐...오랫만에 듣는 제목이네요.
    오늘 정말 오랫만에 진병관님이랑 통화했네요.
    ㅎㅎ....
  • CAL50 2014/08/26 05:37 #

    진병관님 성함도 정말 오래간만에 듣습니다;;;; 잘 계시는지요?
  • 루드라 2014/08/26 13:41 #

    진병관님 이름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건강하신지 모르겠네요.
  • 폴라리스 2014/08/26 22:15 #

    병관님 파주에서 사신다네요. ^^
  • 루드라 2014/08/26 13:45 #

    남벌의 군사적 고증이라는 건 대충 군에서 조교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들 + 개인적 망상 수준이었던 거 같네요.

    제가 당시에 김해에서 만화방을 했었는데 남벌은 비치해 두기만 하고 안 봤습니다.
    고증은 둘째치고 그 극렬 국수주의 파시즘은 제가 도저히 소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제가 이현세 만화는 감정이 너무 노골적이고 격렬하게 드러나서 좀 안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안 보는 건 절대 아닌데 남벌은 도저히 견딜 수 없더군요.
  • CAL50 2014/08/26 22:48 #

    국수주의+파시즘+회교원리주의 수준의 여성관(명예살인 종용!)+마초이즘+기타등등 찰지고 멋진 개드립 한가득이죠.
  • CAL50 2014/08/26 22:51 #

    그게 또 웃기는게 군사적 고증을 한답시고 일본 자료서적을 산 흔적은 아주 분명하게 남기셨죠- 표지사진 베낀게 그 흔적이라 문제지;;;;;
  • Peuple 2014/08/26 22:19 #

    전 남벌에서 'EMP는 큰 폭발이면 되는 거잖아?'라면서 통상탄두 미사일을 잔뜩 써서 EMP 효과를 내던 걸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뭐..
  • CAL50 2014/08/26 22:52 #

    아마 번역해서 해외 밀리터리 사이트에 올리면 20세기를 대표하는 개드립중 하나로 선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위장효과 2014/09/06 14:15 #

    아파치 도입이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군-지금은 항작사 그때는 뭐였지...-의 로망이었고 그걸 만화에서나마 충족시켜주긴 했지만...

    그 아파치가 4인승에 수송헬기로 나오던 장면은...정말이지 지금도 충공깽...

    그나마 총기류 고증은 그럭저럭 정확했습니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 박봉성화백이 뭔 스타워즈의 광선총같은 걸 피터팬등 주인공에게 들려주던 것에 비하면야 훨씬 나았지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