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위기
트랙백한 글은 정말 오랜만에 '사이다' 였네요;;;
저도 전부터 느끼던 부분인데, 좋든 싫든 대한민국의 생존에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큽니다.
경제든 안보든, 정말 대한민국이 현재의 세계질서 속에서 주권국가로서 그나마 지금 정도라도 떵떵거릴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바로 한미동맹입니다. 아예 관계 끊고 반미국가로 돌변하는 ㅂㅅ짓을 하지 않는 이상, 설령 '균형외교'를 표방하겠다 해도 미국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을 들이고 최대한 우리 편을 들게, 최소한 우리 적은 되지 않도록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합니다.
진보는 사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있죠. 우리 국익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최대한 밀접하게 유지한다는 것과 사대주의의 차이를 종종 구분하지 못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보수가 대미 관계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건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업종이 국방과 제법 관계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한민국의 군이야말로 한미 동맹의 핵심 분야중 하나죠. 그야말로 안보와 직결되는 부분이니.
그러니 당연히 군인들이야말로 한미 동맹에 신경을 정말 잘 써야 할텐데, 이 군인들에게서 보이는 하나의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 있습니다.
막상 그렇게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양반들이, 정작 자신들의 카운터파트인 미군 지휘관들과의 교류가 딱 공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의외로 적다는겁니다.
미국인들과의 교류에서 '사적인 인적교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상외로 높습니다.
미국인들과의 관계에서는 뇌물을 주고 혜택을 주고 하는 그런 식의 교류보다(뭐 그네들도 욕심있는 인간이니 그런 식의 교류가 먹히는 부류도 결코 없지는 않습니다만), 오히려 가족끼리 만나서 식사하고 사석에서 술 한번 마시고(룸싸롱 말고!!!) 전화 주고받고 하는 식으로 사적인 교류룰 잘 해서 친해놓으면 그게 나중에 공적으로 꼭 필요한 자리에서 굉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쉽게 말해서, 인맥의 중요성이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더 중요한게 미국인과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정작 고위급 군 지휘관들 중 그런 미국 카운터파트들과의 '사적 네트워크'형성을 제대로 한 경우, 정말 손 꼽습니다.
연합사같은데서 목에 힘주고 사진 같이 찍고 악수하고 그런거는 잘 하던 양반들이 막상 상대방에게 '친한 상대'로 기억될만한 뭔가를 하냐 하면, 별로 아니거든요.
'미국X들 X빠는거 같아서 싫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이게 실은 NATO주요국 군 간부들과 일본 자위대 간부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업무' 수준으로 중요시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옆나라 일본 자위대 -그 중에서도 항자대와 해자대- 간부들의 '미군 친해놓기'는 정말 본받아야 할 부분이죠.
이들은 업무상 만난 미군측 카운터파트와 개인적으로도 친분을 형성하는 사례가 흔하고, 카운터파트가 본국이나 다른 나라로 귀임해도 친구로서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아마 위에서 우리 군 간부들이 미국측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 못하는 이유로 '언어장벽'을 드실 분들도 계실텐데, 일본이 가능한걸 우리가 언어장벽때문에 못한다면 그건 정말 핑계죠. 아니 그 영어 못하는 일본인들이 되는걸 우리가 언어때문에 못한다?
미국이 일본 자위대나 다른 NATO국가들에는 유독 우리보다 더 잘 해주는 것 같은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지만), 물론 가장 중요한건 국익에 따른 계산이겠지만 그 국익에 따른 계산이 끝난 뒤 의외로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위력은 큽니다.
사람은 원래 감정의 동물입니다. 이성을 통해 자기가 할 행동의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쳐도 막상 실행 단계에서는 감정, 즉 호감과 불쾌감등이 무시 못하게 작용합니다. 똑같이 나에게 이익을 줄 상대라면 당연히 개인적으로 더 친한 쪽에 조금이라도 뭘 더 주게 마련이고, 심지어 내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도 상대가 원래 친했다면 심하지 않은 선에서 그 손해를 감수할수도 있는 법이죠. '친구한테 돈을 좀 꿔주고 못 받아도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왜 있겠습니까.
군사 분야만 그런게 아닙니다. 정치적으로도 일본 정치인들은 설령 정부에서 실제 맡는 직책이 없어도 미국쪽 정치인들과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려 정말 애를 씁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돈 바르는 로비만으로 가능할까요?
대한민국 정부가 워싱턴에 로비로 쓰는 돈 자체는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워싱턴 정치인들이 가지는 '호감의 수준'은 우리와 일본을 비교하면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게 일본이 돈을 더 발라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입니다. 중요한건 정계에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죠. 한마디로 사람대 사람으로 친한 케이스가 우리와는 비교도 안됩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미국을 가도 사진 찍고 자기 홍보하고 그런데만 열심이지, 막상 그렇게 만나는 미국쪽 카운터파트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소홀한 댓가를 정말 중요할 때 고스란히 드러내죠.
미국과 친해야 한다고 믿으시면, 정말 친해지세요. 말로만 그러지 마시고.
한미동맹이 우리 생명줄이라고 국내에 외칠 시간이 있으면, 하다못해 미국쪽 카운터파트한테 안부전화라도 하나 더 하세요. 영어 안되면 통역이라도 끼고! 그 돈 없어서 그거 못한다는거 핑계인거 다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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